남해는 요리조리 둘러봐도 온통 멸치 천지라, 멸치라 하면 입에 안 맞고 속부터 거부하는 객들은 꽤 괴로웠을 거라 생각한다. 개성 강한 특산품이 특별히 유명한 관광지에서 으레 겪을 법한 일, 그런 객들조차 거부감 없이 잘 먹을 수 있는 장어! 그 장어를 맛있게 하는 집이 바로, 남해의 달반늘이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정집 외관의, 특별할 것 없는 분위기다. 어딘지 모르게 시적인 느낌의 가게 이름은, ‘가던 달도 쉬어간다’는 뜻이란다. 멋진 이름이다. 식당 바로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 때문인지, 이 집의 기똥찬 장어 맛 때문엔지, 가던 달도 쉬어가게 만드는 매력이 깃든 곳이란 점만은 분명하다.
차림은 장어구이와 장어양념 돌판구이, 장어탕, 장어탕 정식 4가지로 이루어져 있고, 공기밥(시래기국 포함)은 나오지 않으므로 따로 추가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격이 많이 착한 편이다. 뭍에서 장어를 만원대 가격으로 먹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집의 인기메뉴는 장어양념 돌판구이, 검은 돌판에 먹기 좋게 자른 장어를 고소하게 구워내 빨간 양념장이 듬뿍 올라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양념장어구이 하면, 새빨간 소스를 발라 구워내는 것을 생각했던 잭에게는 다소 신선한 풍경이었다. 장어 위로 빨간 케첩처럼 둥글게 뿌려놓은 소스, 그리고 통깨와 고추, 마늘까지 함께 구워진 것이 보인다.
맛은 꽤 괜찮은 편이다. 양념 칠갑한 자극적인 맛만 봐왔던 객들에게는 다소 슴슴한 맛이 되겠지만, 퐁듀처럼 살짝 양념장에 찍어먹는 맛도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이 집은 밑반찬도 아주 정갈하게 나온다. 부추와 갖은 야채도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간장에 짭조름하게 졸여낸 명이나물 장아찌도 최고 중 최고!